책·
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-알랭 드 보통
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책이었던 사랑
똑붕약사
약사 · 약제학(나노 DDS) 박사과정 연구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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알랭 드 보통의 첫 소설 『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』는 영어 제목이 Essays in Love이고, 1993년에 나왔습니다. 2017년쯤 읽었던 것 같은데, 그때는 글을 눈으로만 통과시킨 시절이었습니다. 최근에 다시 읽으니, 그사이에 겪은 일들이 있어서인지 통찰이 다르게 들어왔습니다.
이야기는 평범한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입니다. 책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사건이 아니라, 그 일상을 해석하는 힘입니다. 1인칭 남자가 여자친구 클로이를 만나 사랑하고, 연애하고, 헤어지고, 그 뒤의 감정까지 적어 내려갑니다. 철학을 공부한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. 해석뿐 아니라 문장 자체가 “이걸 어떻게 이렇게 쓰지” 싶을 만큼 감탄하며 읽었습니다.
남겨 둔 문장은 두 개입니다.
우리는 밤에 같은 침대에서 같은 책을 읽는 일이 많았다. 그러나 나중에 우리가 각기 다른 데서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. 결국 다른 책이었던 셈이다. 따라서 한 줄의 사랑의 메시지에서도 똑같은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까? 나는 마치 어느 것이 가닿을지도 모르면서 허공에 수백 개의 포자를 방출하는 민들레가 된 느낌이었다.
클로이와 보낸 시간은 주름이 잡히며 폭이 좁아졌다. 수축하는 아코디언 같았다. 내 사랑 이야기는 얼음 덩어리와 같아서, 현재로 들고 오는 동안 차차 녹아버렸다.
같은 시간을 보내고도 다른 책을 읽은 두 사람. 사랑의 한 줄도 그렇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. 다시 읽으며 확인한 것은, 책을 제대로 읽는 일도 사랑을 제대로 기억하는 일과 같다는 점이었습니다. 그때는 지나갔고, 지금은 문장이 남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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